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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Pitcher Abuse Points)로 본 다나카의 혹사

야구-칼럼/NPB

by 야구고물상 2014. 1. 4.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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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과연 혹사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아니, 아마 저는 할 수 없을 겁니다. 첫째는 혹사를 정의하기에 제 능력은 너무나 부족하고 둘째는 혹사라는 것 자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네다 마사이치처럼 300이닝을 밥 먹듯이 던지면서 20년의 현역생활을 유지하는 선수도 있고, 사이토 가즈미처럼 굉장히 좋은 능력을 가지고도 풀타임 4년만 뛰고 은퇴한 선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혹사라고 하기에는 힘든 게 사실입니다. 다만, 가네다 마사이치만큼 뛰어난 선수를 찾기란 힘들 것이란 것, 그리고 어릴수록 혹사에 대한 기준은 더 낮아져야 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저는 버두치 이펙트를 신뢰하고 MLB에서 (일반적으로)바라보는 혹사에 대한 관점을 신뢰합니다. 이 글도 그러한 기준에서 작성했습니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다나카의 MLB 진출에 대한 말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확실히 스탯으로 보나, 구위로 보나 다나카는 어디 가서 꿀릴 선수는 아닙니다. 아니, MLB에서도 탑에 들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선수라고 평가하는 게 좀 더 정확할 듯 합니다. 다만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이런 얘기는 많이 나오더군요. '다나카는 어린 나이에 너무 혹사를 당했다.' 이유는 당연합니다. 다나카는 25세 이전에 이미 1300이닝(1315이닝, 연평균 대략 187 2/3이닝)을 넘게 던졌고, 이전에 건너온 마쓰자카(1216 1/3이닝)나 다르빗슈 유(1268 1/3)에 비해서도 많다는 게 주요 골자죠. 너무나 당연한 얘기입니다. 그런데 오늘 네이버에 굉장히 흥미로운 기사가 올라왔더군요. 지금까지의 편견과는 다르게, 다나카는 꽤나 혹사와 거리가 있는 투수였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저의 생각과 다른 결론이 나오니 한 번 다나카의 혹사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만약 혹사에 대해 기술하는 툴을 사용하면 다나카는 혹사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글을 기획하게 된 겁니다.


PAP라는 툴이 있습니다. (사실 알 사람들은 다 알 겁니다.) 주로 Baseball Prospectus에서 제공하는 툴인데, Pitcher Abuse Points의 약자입니다. 현재 주로 계산되는 방식은 Keith Woolner의 방식으로 간단합니다. 만약 선발경기에서 100구 이상 던지면 (투구수-100)^3을 더하고 그렇지 않다면 0점을 더하는 방식입니다. PAP라는 툴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선발 투수의 선발 등판 주기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이건 모든 혹사에 대한 논란에 해당하지만)모든 선수들에게 혹사의 기준은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혹사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투구수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PAP를 가지고 다나카의 혹사에 대해서 생각해 볼 것입니다. (아래에 나온 PAP 수치는 제가 일일이 계산한 것이라서 약간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지금까지 다나카의 커리어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PAP 항목에서 20만점이 넘으면 강조표시 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7년) 다나카는 172경기를 선발등판했으며, 평균 113.4구를 던지고 120구 이상 경기가 72회 있었습니다.(1315이닝) 120구 이상을 던진 경기는 전체 선발경기의 41.9%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이 표를 보면 다나카는 PAP에서 2010시즌을 빼면 꾸준히 20만점을 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2010시즌은 부상으로 몇 경기 나오지 못하였죠.) 이는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긴 하지만, MLB에서 보기 굉장히 힘든 경향입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동안 MLB에서 PAP 20만점을 넘었던 경우는 딱 두 번 있었습니다. 2009시즌, 2011시즌 저스틴 벌렌더입니다. 그마저도 최고는 2011년 223627점으로 다나카는 그보다 더 높은 PAP를 기록한 경우가 커리어 7년 중 4번이나 됩니다. 벌렌더가 정말 예외의 경우임을 생각해본다면, 다나카에 대해서는 다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나카가 벌렌더만큼 엄청난 내구성을 지녀서 이 정도는 혹사가 아닌 선수이거나, 아니면 단순히 엄청난 혹사를 견뎌내는 것이라는 두 가지 가능성 말이죠.


그렇다면 이번에는 혹사로 유명한(그것이 혹사로 판명되든 아니든) 네 사례와 비교해보기로 했습니다.



랜디 존슨의 경우, 사실 제 생각에는 2001년보다는 1999년이 훨씬 대단했다고(=혹사당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2000년대에는 보기 힘든 혹사였다는 점에서 2001 시즌을 선정했습니다.(제가 알기로는 2000년 이후 선발경기당 최다 투구수를 기록한 해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40만점이 넘는 PAP 수치를 보였군요. 이번 시즌 1위가 팀 린스컴인데(린스컴은 2008시즌에도 17만점이 넘으면서 MLB 1위를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13만점 부근이라는 걸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다나카는 이미 2008 시즌 24경기만에 50만점을 달성한 경력이 있습니다. 2007 시즌도 41만점이었고요. 다음은 유명한 컵스의 2003시즌 혹사듀오입니다. 정말 유명한 사례인데, 당시 26세이던 케리 우드는 32경기에서 평균 111구를 던졌고 22세인 마크 프라이어는 평균 113구를 넘게 던졌습니다. 그리고 PAP는 각각 26만점, 23만점 정도네요. 근데 다나카는 지금까지 30만점이 넘었던 적이 네 번 있습니다. 다음은 2010년대를 대표하는 혹사의 아이콘, 벌렌더의 2011시즌입니다.(MVP시즌) 위에서도 말했지만 22만점을 조금 더 넘네요. 참고로 이 시즌 벌렌더는 34경기 모두 적어도 104구를 던졌습니다. 다나카의 이번 시즌과 비슷한 점수네요.


단 네 번의 사례이긴 하지만, 다나카가 혹사가 아니라고 하기에는 약간 모순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어린 나이에 데뷔하여 25세 이전에 다나카와 같이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가 된 두 투수의 사례와 비교해보기로 합시다.



킹 펠릭스의 기록입니다. 이 기간 동안(6년) 킹은 172경기에서 선발등판하여 평균 103.7구를 던지고 120구 이상 경기는 5회 기록하였습니다.(1154 2/3이닝) 킹이 관리를 받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다나카와 비교해보면 너무나도 관리를 받았다고 생각이 드네요. 특히, 2010시즌의 경우 거의 평균 110구로 2013시즌의 다나카와 비슷함에도 120구 이상 던진 경기는 겨우 3경기이며 PAP는 10만점이 조금 넘을 뿐(!)입니다.  



다저스 부동의 에이스 커쇼입니다. 이 기간 동안(5년) 커쇼는 149경기 선발등판하여 평균 101.8구를 던지고 120구 이상 경기는 3회 기록하였습니다.(944이닝) 커쇼는 정말 굉장히 어린 나이에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가 되면서 많은 이닝을 던지기 시작했는데, 그럼에도 PAP가 10만점이 넘는 시즌은 없었습니다. 관리받았다고 생각하기 힘든 두 에이스도 다나카의 최저 PAP를 넘은 적은 없었군요.


그 외 세 번의 다른 유명한 24세 시즌과 비교해보았습니다. 세 사례 모두 3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하였고, 200이닝 이상을 투구하였습니다.



혹사의 아이콘 벌렌더도 2007시즌은 56771점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벌렌더도 다음 시즌 구속이 하락하는 데드암 증세를 보이면서 17패를 기록하였습니다.(ERA 4.84) 그리고 팀 린스컴의 경우 24살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109구를 던지고 17만점이 넘는 PAP 수치를 기록하였습니다. 실제로 2008시즌 PAP 1위는 린스컴이었습니다. 린스컴은 이후에도 좋은 시즌들을 보냈지만, 결국 구속을 잃어버리고 2012시즌부터는...(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다음은 2010시즌 프라이스입니다. 저 같은 겨우 탬파베이에 대해 세이버구단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의외로 프라이스도 저스틴 벌렌더와 비슷한 PAP 수치를 기록하였었군요.(경기당 평균 투구수도 거의 108개나 되네요.) 그리고 확실히, 위의 세 번의 사례 모두 다나카의 커리어 최저 PAP를 넘지 못했습니다.


위의 여러 사례를 볼 때, 다나카의 25세 이전은 NPB 기준에서는 모르겠지만 MLB 기준으로 확실히 혹사를 당했다고 볼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제 생각 뿐이긴 하지만, 다나카 정도의 혹사 정도를 찾기 위해서는 랜디 존슨이나 로저 클레멘스의 80,90년대를 찾아보는 게 가장 빠를 것 같습니다. 


감독님, 저한테 왜 그랬어요? 한 번만 말해봐요...(?)


결국 제 생각은 확고해졌습니다. 다나카의 일본 시절은 혹사가 아니라고 하기에는, 그 강도가 너무 심하다...고 말이죠. 특히나 다나카의 경우 2006 고시엔 결승에서의 혈투로 기억되듯, 고등학교 시절부터 엄청난 혹사를 견뎌온 선수입니다. 그런 면에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다나카의 경력에서 혹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나카가 그런 혹사를 견딜 수 있는 투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그걸 판단할 근거가 없습니다. 우리는 마쓰자카도 그런 선수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죠. 다나카의 미래 예측과 관련하여 이 부분(혹사논쟁)도 꽤나 흥미로운 관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기록은 http://lcom.sakura.ne.jp/NulData/index.html 사이트와 Baseball-Reference에서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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