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포스트시즌 제도: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 글은 그 글에 대한 보충으로, 몇 가지 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현재 포스트시즌이 옳다고 이야기할 때 많이 나오는 말이 KBO 리그는 144경기를 치른 후 1위를 했는데 포스트 시즌 결과로 바뀌는 건 불공평하고, 다른 짧은 정규 시즌을 치르는 스포츠와는 다르다는 겁니다. 여기에서 가지 사람들 마음속에 깊이 담겨 있는 믿음이 있는데, 야구의 144경기는 순위를 결정하는 데 아주 효과적일 만큼 길다는 겁니다.
예,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경기를 많이 할 수록 팀의 수준이 잘 드러날 거니까요. 그렇기에 144경기나 하는 야구의 많은 경기 수는 팀의 순위를 바꾸지 말아야 할 근거가 되곤 합니다.
근데 사실 KBO의 144경기는 KBL의 54경기 만도 못합니다.
왜 하필 KBL과 비교를 하는 것인지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KBL을 택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야구처럼 농구 또한 대표적인 미국 스포츠입니다.
2. KBL 또한 KBO 처럼 단일 리그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3. 하지만 KBL은 6강 플레이오프를 진행하며,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하는 팀은 없습니다. (정규 시즌 1위, 2위 팀은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고 나머지 3~6위 팀은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합니다.)
그렇기에 KBO와 리그 구조를 비교하기에는 KBL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 겁니다.
KBO는 2000 시즌 부터의 KBO 기대 승률을 통해 뽑은 50000 시즌의 팀 승률 분포를 이용하였습니다. (그림 1) KBL은 2001-02 시즌 부터의 KBL 기대 승률을 통해 뽑은 50000 시즌의 팀 승률 분포를 이용하여 뽑았습니다. (그림 2) 각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KBO는 KBL에 비해 팀간 재능의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팀별 격차가 시즌 순위의 정확성을 비교할 때 경기 수만큼 중요한 키가 될 수 있습니다. (좀 더 시뮬레이션 절차를 알고 싶으신 분들은 시뮬레이션 방법 글을 참조하세요.)
그렇다면 직접 시뮬레이션한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시뮬레이션된 KBO의 평균 시즌 팀 승률 표준편차는 0.075 정도입니다. KBL은? 0.139 정도입니다. 위의 그림 1. 과 그림 2. 에서 보듯이 KBL에서의 팀 간 재능의 격차가 더 크기에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평균적으로 재능이 가장 우수한 팀이 실제 정규시즌 우승을 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KBO는 52.45%이고 KBL은 62.24%입니다. KBL의 재능 1위 팀의 우승 확률이 KBO에 비해 약 10% 가량 높습니다. KBO 재능 1위 팀의 평균 순위는 2.00위, KBL 재능 1위 팀의 평균 순위는 1.72위입니다. 그림 3. 과 그림 4. 를 보면 두 시뮬레이션 결과의 차이를 알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KBO의 시뮬레이션에서 계산된 각 팀별 순위의 범위가 KBL의 시뮬레이션 결과보다 큰 편입니다.
만약 KBL이 KBO와 같은 수준의 팀별 승률 표준편차를 가진다면 당연히 KBO의 순위 정확성이 높을 겁니다. 경기 수가 훨씬 많으니까요. 실제로 승률 표준편차가 0.09~0.1 사이로 시뮬레이션 된 시즌의 경우 평균적인 재능 1위 팀의 정규시즌 우승 확률은 KBO의 경우 61.75%(전체 샘플 수 5636개), KBL은 44.54% (전체 샘플 수 2986개)로 샘플 수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KBO가 확연히 높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샘플 수의 차이에서 알 수 있듯이 평균적인 KBO의 팀별 승률 표준편차와 KBL의 팀별 표준편차는 그 차이가 워낙에 크고, 그 때문에 KBL의 순위 결정의 정확도가 KBO보다 훨씬 높아지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 KBO의 순위가 144경기의 긴 시즌으로 인해 인정 받을 만한 신뢰도 높은 순위이기에 포스트시즌을 최대한 1위가 안 바뀌게 운영해야 한다면, 정규시즌 순위의 신뢰도가 한층 더 높은 KBL이야말로 더더욱 순위가 안 변하도록 운영해야 함이 옳을 것입니다. 하지만 KBL은 바보 같게도(?) 1위 팀이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하지 않고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포스트시즌 제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1위 팀이 바뀔 수 있도록 말입니다. 과연 KBL 수뇌부가 바보라서 그렇게 운영하는 걸까요? 아니면 신뢰도와 예측 불가능성의 줄타기를 통해 현재의 6강 플레이오프 제도로 타협한 걸까요? 저는 뒤의 시나리오가 훨씬 더 그럴듯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KBO의 포스트시즌을 너무 보수적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고요. 그렇기에 저는 다시 반문할 겁니다. KBL은 되는데 KBO는 왜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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