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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포스트시즌 제도: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야구-칼럼/KBO 포스트시즌 제도

by 야구고물상 2023. 1. 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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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TV에서 대니얼 킴이 포스트시즌 제도를 바꾸자고 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경기가 너무 띄엄띄엄 있어서 흐름이 자꾸 끊기고 SSG 선수들의 얼굴이 기억 안 날 정도로 1위 팀이 너무 오래 경기를 안 한다고 지적하더군요. 사실 처음에는 헛소리라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포스트시즌을 안 하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KBO의 입장이 포스트시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지금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 수긍이 가더랍니다. 딱 이게 떠오르더라고요. ‘안 될 건 없잖아?’

전 이 글에서 KBO 포스트시즌 제도를 바꾸자고 주장할 겁니다. 저는 애초에 포스트시즌을 합리적이라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KBO는 포스트시즌 포기 못 할 것을 압니다. 포스트시즌은 1년 중 가장 주목받는 무대이고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무대입니다. KBO가 어떻게 그걸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기에 KBO리그 포스트시즌을 없애자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을 해야 한다면, 현재 제도에는 불만이 있습니다. 왜냐 하면, 포스트시즌의 논리는 '돈'과 '재미'에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제도는 포스트시즌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현 제도의 문제점

1. 포스트시즌 기간은 길지만 경기 수는 적고 쉬는 날은 많다.

시리즈 네 개를 순차적으로 치르다보니 생기는 문제점입니다. 과거에는 시리즈가 세 개였기 때문에 포스트시즌 기간도 조금 더 짧았습니다. 거기에다 야구가 경쟁해야 할 다른 여가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시절이었죠. 지금보다 페이스를 조금 느슨하게 조정해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더 짧은 시간 내에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해야 경쟁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있기 때문에 포스트시즌 기간은 더 늘어났고 쉬는 날은 더 많아졌습니다. 지금 제도에서는 아무리 이동일을 줄여도 지금보다 줄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 후 약 한 달의 기간인 포스트시즌 종료까지 약 40%가 넘는 날을 이동일 명목으로 쉬어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 정규시즌 후 25일간 14일을 쉬어야 하는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없었습니다.) 경기도 하루에 한 경기가 최대이고요. 팀 수가 많은 메이저리그의 경우 네 개의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팀 수도 많고 경기 수가 많기 때문에 그 느슨함이 덜하지만 KBO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쉬는 날도 많아지고, 흐름도 자꾸 끊기게 됩니다.

2. 한국시리즈가 루즈하다.

지금까지 40번의 한국시리즈는 평균적으로 5.6경기를 치렀습니다. 무승부를 뺀다면 5.4경기가 됩니다. 7전 4선승제로 치뤄졌던 2008 플레이오프와 1999~2000 플레이오프까지 합한다면 5.5경기를 치렀습니다. 이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서 꽤 적은 경기 수인데, 미국의 경우 월드 시리즈는 9전 5선승제 시리즈 제외 시 5.8경기를 치렀습니다. 일본의경우 일본시리즈를 평균 5.9경기를 치렀는데, 무승부를 제외하더라도 5.8경기가 됩니다. 별 차이 아닌 것 같다고요? 다음 문단을 보시면 생각이 조금 달라지실 겁니다.

한국시리즈에서 진 팀이 1승도 못 거둔 경우는 10번인데, 이는 전체 시리즈의 25%에 해당합니다. 1983년 한국시리즈에서 무승부가 있으니 이를 제외하더라도 22.5%입니다. 미국의 18.4%(21회), 일본의 12.3%(9회)에 비해 상당히 많은 수치입니다. 4차전에서 끝난 시리즈도 미국은 16.7%(19회), 일본은 9.6%(7회)입니다. 한국시리즈 승리팀이 3패를 기록한 시리즈는 6번으로 15%입니다. 7차전까지 간 경우도 8번으로 20%입니다.이에 반해 우승팀이 3패를 기록한 월드시리즈는 35.1%(40회), 일본시리즈는 28.8%(21회)입니다. 7차전까지 간 경우도 무승부 덕택에 일본시리즈의 경우 32.9%(24회)로 많아집니다.

물론 KBO 리그의 경우 단일리그이기 때문에 월드시리즈, 일본시리즈보다 한국시리즈 진출팀간 격차가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한국시리즈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뻔하다고 생각합니다. 계단식 포스트시즌을 사용한 시즌에서 정규시즌 1위 팀의 한국시리즈 경기 승률은 66.9%입니다. 과연 1위 팀과 2위 팀의 진짜 격차가 이 정도로 큰 걸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제도의 문제로 가장 박진감이 넘쳐야 할 한국시리즈가 와일드카드 결정전만큼 뻔한 시리즈가 됐습니다.

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 그래프. KBO 한국시리즈는 다른 리그에 비해 이렇게 루즈한 시리즈가 자주 나옵니다.

3. 1위팀 어드밴티지가 과도하다.

많은 팬들이 지금과 같은 단일 리그 하에서 지금의 포스트시즌 제도가 최적이라고 말합니다. 144경기를 해서 가장 많이 이긴 팀이 우승하는 게 가장 합리적일 거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현재의 어드밴티지는 너무나도 과도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 이유는 1위 팀이 80% 넘게 한국시리즈를 우승해야 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1위 팀과 나머지 팀의 차이가 그만큼 크다면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봅시다. 승률 0.610이 기대되는 팀 A와 0.580이 기대되는 B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10개 구단 체제에서의 대략적인 1위 팀과 2위 팀이 승률이 이 정도 됩니다.) 그렇다면 운에 의해(이항분포) B 팀이 A 팀보다 높은 순위에 있을 확률이 28.1%나 됩니다. 좀 더 본격적으로 2015~2022 시즌 피타고리안 승률 데이터를 활용하여 시뮬레이션해 봤을 때(몬테카를로), 팀의 투타가 가장 안정적인 팀이 우승할 확률은 56.5%였습니다. 다른 말로 가장 강한 팀이 아니더라도 우승할 확률이 40% 넘게나 존재한다는 겁니다. 이는 현재 포스트시즌 제도에서의 1위 팀이 얻는 막대한 어드밴티지가 불합리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19시즌이나 2021시즌처럼 1,2위 팀이 동률일 경우 룰에 의해 1,2위 팀이 가려지고 포스트시즌 시드가 정해질텐데, 현재 제도에 의하면 사실상 동률인 두 팀의 위치는 필요에 비해서도 너무 커집니다.

일부는 이 단락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1위 팀이면 그 해 가장 강한 팀이고 그러면 우승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야 하며 그 확률은 현재의 85% 정도면 적당하다고요. 그러면 전 다시 그 사람에게 응수할 겁니다. 그럼 그 85%라는 기준은 누가 정한 거냐고요. 그런 식이면 그냥 포스트시즌 안 하고 정규시즌 1위 팀 우승 확률을 100%로 맞추면 안 되는 건가요? 그렇기에 전 다시 이 논리로 돌아올 겁니다. 전 포스트시즌에서 85%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거든요.

원래 포스트시즌과 정규시즌은 별개

혹자는 야구 전통을 보더라도 현재의 포스트시즌이 가장 야구에 알맞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월드 시리즈나 일본 시리즈나 다 리그 우승팀끼리 맞붙는 시리즈였거든요. 그러니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최대한 이어져야 한다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통조차 원래부터 있었던 건 아닙니다. 사실 야구에서 초창기부터 쭈욱 이어진 전통은(요즘 팬들 말로는 '근본'이라고 하지요.) '돈'입니다. 리그를 꾸리기 시작한 것도 자본가들이 시작이었고, 규정도 자본가들에게 유리하게 짜여져 있었습니다. (괜히 보류조항이 있는게 아닙니다.) 자본가들은 옛날부터 돈을 벌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포스트시즌 또한 그 일환 중 하나였습니다. 야구에서 포스트시즌의 역사 또한 생각보다 오래됐습니다. 더군다나 모던 월드 시리즈 전에도 월드 시리즈를 했던 시즌이 있었고 그중에서는 KBO 처럼 같은 리그 내에서 월드 시리즈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1892시즌으로, 이 때는 80년대 KBO같이 전후기 리그 우승팀끼리 월드 시리즈에서 맞붙는 형태였습니다. 심지어 지금은 베이스볼 레퍼런스에도 기록하지 않고 있는 Temple cup이라는 포스트시즌 경기가 있었는데, 같은 리그 1위, 2위 팀이 맞붙는 경기였음에도 ‘World’s Championship Series’로 불리기도 했다고 합니다.(위키피디아) 재밌는 건 Temple cup 네 번의 시리즈 중 2위 팀이 세 번이나 이겼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미국 야구계에서도 한 리그 내에서라도 포스트시즌을 진행하려던 움직임은 끊임없이 있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템플 컵의 예는 전통적인 포스트시즌의 정신이 정규 시즌 우승자끼리의 대결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믿음이 허상일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같은 리그 내의 1위 팀과 2위 팀이 맞붙는다고 1위 팀에 막대한 어드밴티지를 주지 않은 걸 보면 1위 팀이 시리즈를 이길 확률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도 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진짜 포스트시즌의 전통은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은 별개라는 거였을 지도 모릅니다. 거기다가 현재 MLB의 리그 구조가 결국은 수익 증대를 위해 가까운 팀끼리 묶어 지구를 나누고 포스트시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결과임을 감안한다면 포스트시즌의 변화는 어쩌면 시대의 요구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목표는?

포스트시즌 일정을 줄일 수 있다면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최대 11월 극초반에 끝나도록 일정을 더 타이트하게 잡아야 합니다. 물론 정규시즌을 9월 말이나 10월 초반에 끝내서 시즌을 10월 안에 다 끝낼 수 있도록 일정을 잡는다면 더 좋고요. 또한 경기 없이 쉬는 날을 줄여야 합니다. 만약 같은 타이밍에 두 개의 시리즈를 치룬다면 일정을 비대칭적으로 조정해 쉬는 날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1위 팀의 우승 확률이 현재보다 낮아지는 상황도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변명하자면 1위 팀이기에 어떻게 조정하더라도 우승은 1위 팀이 차지할 확률이 가장 높을 것입니다. (MLB도 리그 1위 팀이 월드시리즈에 올라갈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무엇보다 진정으로 강팀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우승해야 합니다. 1위 팀인데 그 정도 자신감은 있어야죠.

제안*

1안: 먼저 4,5등 팀 간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3전 2선승제로 치릅니다.대신 4위 팀 홈경기장에서 3일 연속으로 합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이긴 팀이 이동일 없이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1위 팀과 붙게 합니다. 5전 3선승제 시리즈보다는 7전 4선승제 시리즈가 좀 더 승률로 인한 완충이 가능하기에 7전 4선승제 시리즈를 진행하는 게 좋을 겁니다. 이를 플레이오프 SF 1로 지칭하겠습니다. 그리고 2-3위 팀이 붙는 플레이오프 SF 2를 플레이오프 SF 1보다 하루 뒤에 시작하여 쉬는 날을 줄입니다. 이렇게 7전이 다 끝난 후, 하루의 이동일(플레이오프 SF 1의 경우 이틀)을 준 다음 한국시리즈를 시작하는 겁니다. 9월 30일 정규시즌이 끝났다고 가정한다면 일정은 다음과 같을 겁니다.

10월 2일~10월 4일: 플레이오프 1라운드(4위 팀 vs 5위 팀, 3전 2선승제, 4위 팀 홈구장)
10월 5일~ 10월 13일: 플레이오프 SF 1(1위팀 vs 준플레이오프 승리팀, 7전 4선승제, 2-3-2 포맷)
10월 6일~10월 14일: 플레이오프 SF 2(2위팀 vs 3위 팀, 7전 4선승제, 2-3-2 포맷)
10월 16일~10월 24일: 한국시리즈(플레이오프 SF 1 승리팀 vs 플레이오프 SF 2 승리팀, 7전 4선승제, 2-3-2 포맷, 승률 상위팀 홈 어드밴티지)

이렇게 할 경우 최대 29일간 치뤄야 했던 포스트시즌을 상대적으로 빠른 24일 안에 치를 수 있게 됩니다. 현재 포스트시즌 방식이라면 최소 25일은 걸리게 되는데 제도를 이렇게 바꾸게 된다면 최대 24일이니 좀 더 빠른 시일 안에 시즌을 끝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일정을 짜면 최소 3일, 최대 9일을 쉬게 되는데 현재 포스트시즌 제도의 최소 9일, 최대 15일에 비해 훨씬 짧은 기간이 됩니다. 우승 확률은 어떻게 될까요? 표준편차와 상대팀별 피타고리안 승률, 시리즈에서의 상대적인 승률 인플레까지 감안했을 때 1위 팀의 우승 확률은 평균적으로 43.7% 정도 됩니다. (계산 방법 여기 참조.)

정규시즌 순위 우승 확률
1위 43.7%
2위 26.7%
3위 18.2%
4위 7.2%
5위 4.3%

2안: 플레이오프에 먼저 올라가 있는 1위 팀에게 엄청난 어드밴티지를 주는 방법입니다. 아무래도 많은 팬들이 1안에서 1위 팀의 우승 확률에 불만을 가질 것 같아서 그 대안으로 생각해 본 방법입니다. 1위팀이 경기하는 플레이오프에서 1위 팀에 1승 어드밴티지를 주고 1위 팀 홈구장에서 모든 경기를 연속으로 하는, 그러니까 일본 클라이맥스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와 같은 방법을 이용하는 안입니다.
10월 2일~10월 4일: 플레이오프 1라운드(4위 팀 vs 5위 팀, 3전 2선승제, 4위 팀 홈구장)

10월 5일~ 10월 10일: 플레이오프 SF 1(1위팀 vs 준플레이오프 승리팀, 6전 4선승제, 1위 팀 홈구장+1위 팀 1승 어드밴티지)
10월 5일~10월 13일: 플레이오프 SF 2(2위팀 vs 3위 팀, 7전 4선승제, 2-3-2 포맷)
10월 15일~10월 23일: 한국시리즈(플레이오프 SF 1 승리팀 vs 플레이오프 SF 2 승리팀, 7전 4선승제, 2-3-2 포맷, 승률 상위팀 홈 어드밴티지)

이럴 경우 최대 23일 동안 경기를 치르며, 최소 13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이 방법 또한 현재 포스트시즌 제도에 비해 치르게 될 경기 수도 많고 일정도 타이트해 지는데, 1안에 비하면 조금 덜합니다. 대신에 확실히 1위 팀의 우승 확률은 1안에 비해 높아지는데, 52.8%까지 오르게 됩니다.

정규시즌 순위 우승 확률
1위 52.8%
2위 24.9%
3위 16.8%
4위 3.5%
5위 2.0%

*포스트시즌 제도를 바꾸자고 제안하는 사람들의 안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대동소이합니다. 제가 생각한 이 안도 사실 장성호 해설위원, 대니얼 킴 등이 제안한 안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제도가 바뀐다면 이름을 다르게 짓겠지만 최대한 현재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같은 이름은 삼갔으면 합니다. 저는 4위, 5위 팀이 왜 와일드카드인지 모르겠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1위 팀 말고 다 와일드카드 아닙니까? 덧붙여서, 준플레이오프는 오랫동안 써 왔을 뿐이지 잘못된 명명법이라 생각합니다. 플레이오프는 다른 말로 포스트시즌이거든요. 그러면 준플레이오프는 준포스트시즌인가요? 차라리 NPB의 클라이맥스 시리즈가 닭살은 돋을지언정 더 나은 이름이라 생각합니다.

기대 효과

1. 줄어든 일정과 휴일, 늘어난 경기 수, 그로 인한 기대 수익 증가

1안의 경우 평균적으로 22.4일의 기간이 걸리고 19.8경기 가량을 소화하게 되며 4.3일을 쉬게 됩니다. 2안의 경우 21.4일의 기간이 걸리고 18.5경기 가량을 소화하게 되며 4.7일 가량을 쉬게 됩니다. 그에 반해 2015 시즌부터 2022 시즌까지 코로나 시즌을 제외한 여섯 시즌 간 포스트시즌은 평균적으로 26.3일이 걸렸고, 14.7경기를 치렀고 11.7일은 경기가 없었습니다. 상대승률을 통해서 기대치를 계산했을 경우(한국시리즈 보정팩터 적용), 평균적으로 26.9일간 15.2일 경기를 하게 되고 11.8일은 경기가 없게 됩니다. 27일과 26.3일의 대부분의 차이가 한국시리즈에서 난 것을 감안하면 (그 6년간 스윕으로 끝난 시리즈가 2번, 5차전에서 끝난 시리즈가 2번 나왔고 7차전을 간 시리즈는 없었습니다.) 포스트시즌 포맷을 바꿈으로써 약 4~5일 가량 더 빨리 시즌을 끝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거기에다 쉬는 날은 약 7일 가량을 더 줄일 수 있고 경기 수는 3~4경기 가량 더 늘릴 수 있습니다. 훨씬 더 밀도 높은 포스트시즌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또한 한국시리즈 경기 수도 평균 5.5경기에서 5.8경기 가량으로 늘어날 거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4차전으로 끝날 시리즈도 평균 22.2%에서 13.1%로 줄어들게 되고, 6차전 이상 끌고 가는 시리즈도 현 제도 47.1%에서 61.7%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더 재밌는 한국시리즈를 경험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현재 제도 1안 2안
포스트시즌 기간(일) 26.9 22.4 21.4
휴식일 11.8 4.3 4.7
경기 수 15.2 19.8 18.5
기대 한국시리즈 경기 수 5.5 5.8 5.8


그리고 늘어난 경기 수로 인해 더 많은 야구 경기의 TV 노출 기회가 있을 가능성이 크고, 더 많은 입장 수익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한국시리즈의 평균 객단가가 다른 시리즈보다 비싸며 평균 좌석 점유율 또한 높음을 감안하여 일반 포스트시즌 경기 평균관중을 19000명, 객단가를 30000원으로 가정하고 한국시리즈 평균관중을 20000명, 객단가를 35000원으로 가정하여 계산해 봤을 때 현재 포스트시즌 제도 하에서 입장 수익은 평균 95억 정도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똑같이 계산해 보면 1안의 경우 120억을, 2안은 113억의 입장 수익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20~25억 가량의 추가 입장 수익이 예상된다는 것인데, 구장의 크기 등 다른 요인에 따라 수익은 더 극대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익 분배를 볼 때 현 제도는 정규시즌 1위 팀의 예상 수익은 45% 가량 경비를 공제한 후 평균적으로 29억의 분배금이 예상됩니다. 수익 배분을 새로 다시 짜야겠지만, 정규 시즌 우승 배당금을 40%로 올리고 나머지 배분금에서 50%를 한국시리즈 우승팀, 25%를 준우승팀, 10%를 플레이오프 패배팀(두 팀), 5%를 준플레이오프 패배팀에 배분함을 가정할 경우 정규 시즌 우승팀에 배분될 금액은 평균적으로 38~39억이 예상됩니다. 이를 통해서도 포스트시즌 제도 변화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배분금액 또한 더 증가한 입장수익에 의해 손해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대 수익 현재 PS 제도 1안 2안
평균 입장 수익(억) 95.3 120.3 112.9
1위팀 분배금(억) 29.3 39 38.3
2위팀 분배금(억) 9.1 10 9.2
3위팀 분배금(억) 6.2 8.4 7.7
4위팀 분배금(억) 4.7 4.9 3.7
5위팀 분배금(억) 2.1 3.9 3.1

2. 정규시즌 1위 팀의 우승 확률은 현재의 절반 정도

다시 말씀드리지만 1안과 2안을 보시면 1위 팀의 우승 확률은 확실히 지금보다 떨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89~2022 시즌까지를 돌아봤을 때 정규시즌 1위 팀이 32시즌 중 27번을 우승하면서 84% 가량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반면 제가 제안한 1안의 경우 43.7%를, 2안의 경우 52.8% 확률로 우승할 것으로 계산됩니다. 이유는 두 가지로 첫째, 정규시즌 1위 팀이라도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기에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이 떨어지고 둘째, 현재 포스트시즌 제도 하에서 정규시즌 1위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얻었던 막대한 어드밴티지가(휴식일+경기) 사라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한국시리즈에서 얻었던 어드밴티지가 한국시리즈를 상대적으로 단조롭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기에 포스트시즌 제도를 변경하기 원한다면 이는 무조건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됩니다. 그럼에도 정규시즌 1위의 우승 확률은 확실히 가장 높습니다. 더군다나 제 계산에서 한국시리즈 승률 계산에서는 휴식일과 관련된 팩터를 집어넣을 수 없었기 때문에 제가 고려하지 못한(현재 방법으로는 할 수 없는) 어드밴티지가 있을 여지가 있습니다. 그걸 감안한다면 제가 제안한 안에서 정규시즌 1위 팀의 평균적인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45~55% 정도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평균적인 1위 팀과 다른 팀간 차이를 고려해 봤을 때 포스트시즌에서 이 정도 수치가 그렇게까지 고개를 가로저을 수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 각 팀별 더 많은 포스트시즌 노출 기회 확보

경기가 많아졌으니 당연한 게 아니냐는 물음이 있는데, 제가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은 좀 더 평등하게 많은 경기 출장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제도 하에서 기대되는 1위 팀의 포스트시즌 경기 수는 5.5경기, 5위 팀은 2.8경기입니다. 실제로는 5위 팀이 아직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이긴 사례가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평균 1.25경기 밖에 안 된다는 걸 생각한다면 5위 팀은 포스트시즌에 나가도 들러리로 끝날 가능성이 너무 높습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제도를 바꾼다면 5위 팀도 평균 5~6경기 가량 출전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1위 팀도 평균 9~10경기 가량 포스트시즌을 즐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팬들을 더 오랫동안, 평등하게 야구장에 머물게 할 수 있을 겁니다.

팀별 경기 횟수 1안 2안 현재 제도 실제 (2015~2019,
2022)
정규시즌 1위 9.8 9.4 5.5 5
정규시즌 2위 9.1 9.1 7.3 6.7
정규시즌 3위 8.3 8.3 7.7 8.8
정규시즌 4위 6.8 5.5 7.0 7.7
정규시즌 5위 5.6 4.7 2.8 1.2

제도가 바뀐다면 : 정규시즌 우승팀의 권위를 더 높여야

지금 현재 제도에서 KBO 우승팀은 한국시리즈 우승팀입니다. 아무리 정규시즌 14.5경기를 앞서도 한국시리즈에서 네 경기를 이기지 못하면 그 팀은 준우승 팀입니다. 그렇기에 정규시즌 1위 팀에게 엄청난 어드밴티지를 주는 방식으로 정규시즌에 권위를 부여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제도를 바꾼다면 정규시즌 1위 팀의 포스트시즌 우승 확률이 낮아짐은 필연적입니다. 그렇다면 정규 시즌 1위를 할 이유가 사라진다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정규시즌 1위는 여전히 충분히 유용합니다. 어찌 됐든 정규시즌 1위를 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가장 강한 팀일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포스트시즌 제도가 어떤 방식이든 1위 팀의 우승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거기다가 야구의 특성상 팀간 격차도 작고 그 때문에 팀간 상대성을 따지기도 정말 힘들어지며 (대부분 상대성을 따질 때도 사실은 통계적으로 해석하기 난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정규시즌 순위를 의도적으로 조절한다고 우승 확률이 높아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승을 하고 싶다면 제도가 어떻든 정규시즌 1위를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정규시즌 우승팀의 권위를 지금보다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수익 배분에서도 정규시즌 우승팀의 비중을 더 높여야 하며, 정규 시즌 우승 시상식도 지금보다는 더 크게 해야 합니다. KBO 홈페이지에 정규시즌 우승팀을 따로 표기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물론 당연히 리그 우승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정해야겠지만,표기 정도는 이원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월드 시리즈 우승팀이 디비전 우승팀이 아닐 수 있지만 디비전 우승하면 선수들 엄청 좋아하고 팀도 나름 크게 기념하는 것처럼 KBO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세상은 더 빨라지고 있으니, 야구도 그래야 합니다. 더 짧은 시간 동안 더 많이 경기하고, 쉬는 날은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포스트시즌 제도 변화를 통해 포스트시즌 일정을 평균 27일간 12일을 쉬고 15경기를 하는 일정에서 평균 21~22일간 4일 가량을 쉬고 18~19경기를 하는 컴팩트한 일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포스트시즌 경기를 더 많이 가질 수 있고, 20억 정도의 입장 수익 증가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포스트시즌을 하는 이상 포스트시즌이 정규시즌 결과를 따라가야 한다는 법칙은 없습니다. 야구는 원래 정규시즌 1위 팀만 우승 자격이 있다는 법도 없었습니다. KBO는 포스트시즌을 포기할 수 없음을 일찍이 보여줬습니다. 1985년 삼성의 통합 우승이 촉발한 한국시리즈 개최 규정 개정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그렇다면 지금처럼 애매하게 눈치 보지 말고, 돈 제대로 벌어 봅시다. 프로스포츠의 논리는 우승의 정당함을 논하는 게 아니라 즐거움을 팔고 그 댓가로 돈을 버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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